미카와야 료칸 (三河屋旅館)

미카와야 료칸은 하코네 외곽에 자리잡은 3성급 온천료칸이다. 메이지 16년, 서기로 1883년 처음 개관하여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료칸이니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숙소라고 할 수 있다. 긴 역사 덕분에 일부 건물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하코네 중심가가 아닌 외곽에 위치해 있고 언덕이 많아 걸어서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버스 배차간격도 길어 가급적이면 가까운 코와키다니 역에 내려 택시를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이용하는게 좋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성년의 날 휴일이 겹치는 연휴였는데,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폭설로 택시나 버스마저 거의 운행을 안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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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폭설에 대중교통은 운행을 멈췄고 그나마 몇 안되던 택시들은 운행을 안하기 시작하였다.

바깥 온도도 많이 내려가고 눈도 쌓이기 시작해 언덕길을 걸어가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급한대로 영어를 잘 하는 직원이 있기를 바라면서 프런트 전화번호로 연락해 보았다.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었으나, 도움 요청에 돌아오는 대답은 셔틀은 운행하지 않으며 알아서 버스를 타고 찾아오라는 말 이었다. 친절한 료칸 직원을 상상한 탓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30여분을 역 앞에서 기다린 끝에 다행히 운행중인 택시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료칸에서 안내 직원이 맞아 주었고, 눈을 잔뜩 맞아 젖은 옷을 입고 로비에서 짐을 맡긴 후 웰컴 드링크를 주는 응접실로 이동하였다.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 답게 로비와 응접실 모두 전체적으로 낡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따뜻한 녹차 한 잔과 전통과자가 한 개씩 준비 되었다. 잠시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방이 준비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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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실 밖으로 보이는 풍경. 갑작스런 폭설로 료칸 주변밖에 볼 수 없었다.

응접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객실로 이동하였다. 성년의 날 연휴 성수기라 숙소 값이 폭등하여 이번에는 노천온천이 없는 일반 객실을 선택하였다. 일반 객실은 방 안에 샤워시설이 없으며 화장실과 세면대만 갖추어져 있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던 점은 밖에는 폭설이 내리고 온도 마저 영하에 가깝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방이 전혀 데워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건물이 오래되어서 난방을 제한적으로 하나 싶었지만, 객실은 새로 지은 신축 건물에 위치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더욱 실망스러웠다. 객실 뿐만 아니라 복도를 포함하여 건물 전체에 난방을 틀어놓지 않아 잠시만 온풍기를 끄거나 유카타를 입고 대욕장을 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혹시나 하여 프런트에 남는 방이 있으면 방 안에 온천이 포함된 객실로 변경하고 싶다고 하였으나 연휴로 인하여 이미 객실은 만실이라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입실까지 무엇하나 만족스러운게 없었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천천히 객실을 둘러보았다. 눈에 띄었던 점은 객실은 현대식 건물에 위치했음에도 모든 가구들이 매우 낡았다는 점이다. 특별히 고풍스럽거나 고급스러움은 느낄 수 없었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한 겨울에 산 중턱에 위치한 료칸인데도 불구하고 화장실이 바깥 온도와 거의 같았다는 점이다. 매번 화장실을 갈 때마다 추운 겨울에 시골에서 실외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가는 것만 같았다.

객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어 료칸 중심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도 추울까 걱정되어 유카타 대신 개인적으로 가져온 옷을 입고 갔는데, 의외로 식당은 매우 따뜻하였다. 도착한 후 미리 예약된 자리로 안내되었다.

식사는 객실이나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오히려 닛코에서 묵었던 오코노인 호텔 도쿠가와보다 맛 있었다. 플레이팅에도 신경을 쓴 느낌이 들었으며 함께 주문한 사케도 식사와 잘 어울렸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그 외 대욕장이나 잠자리에서는 특별함은 느끼지 못 했다. 대욕장으로 가는 복도와 심지어 탈의실 조차도 바깥 온도와 다를 바 없이 추웠으며, 대욕장은 객실과 낮은 담벼락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었다. 이불도 역시 다른 료칸에 비해 더 나은 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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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저녁과 다르지 않게 같은 식당에서 맛있게 준비되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퇴실하는 순간까지 모든 서비스가 5만엔 이상을 지불한 숙박비의 가치는 하지 못했으며 잘 해봐야 비즈니스 호텔 급 또는 그 이하였다. 옛 료칸의 흔적을 느끼고 싶거나 서비스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음식을 중요시 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을 수 있겠으나 그 마저도 겨울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유일하게 칭찬하고 싶은 것은 요리의 솜씨 하나이다.

소속체인: 지역 온천료칸
가격: 기본방 2인 기준 ¥48,600~
주소: 503 Kowakudani, Hakone-machi, Ashigarashimo-gun, Kanagawa-ken 250-0406, Japan

위치정보